좋은 자전거의 기준
날씨가 풀리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전거 동호회 라이딩도 도로 곳곳에 보이는걸보니 봄이 왔나봅니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자전거가 뭘까?
몇년 전 지인과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갔습니다. 야산은 아니고 도로 갓길로 올라가는데, 나보다 3살 많은 형은 씽씽 잘올라가는데 저는 뒤쳐졌습니다. 그래서 푸념을 했었죠.
형은 비싼 자전거니까 잘가는거지.
사실 그 자전거는 500만원이 넘었습니다. 전체가 카본에 구동계도 고급이고. 제 자전거는 프레임은 카본이지만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100만원짜리 자전거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에 비해 좀 더 무거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 형님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니가 이거 타면 나처럼 탈 수 있겠냐? 바꿔타볼래?
그래서 바꿔탔습니다. 이건 신세계였습니다. 가볍고 밟는대로 나가고. 그런데 그 형은 내 자전거 타고도 씽씽 달리더라고요.
역시 전직 철인답다.
맞습니다. 그 형은 대학때 철인3종 선수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좋은 자전거가 뭔지.
노량진에서 취업 공부할 때 다른건 별로 생각이 안나는데 한 장면이 매우 강하게 기억됩니다. 한 남자가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자전거를 끌고가는데, 상의는 딱 붙는 소재의 반소매 티셔츠, 헬멧을 쓰고 고글을 끼고 클릿슈즈를 신고 친구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딱봐도 비싸보이는 자전거. 그런데 눈길이 가는건 그의 하의였습니다. 딱 달라붙는 타이즈 반바지. 보는 내가 민망한데 그 남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자신의 중요부위가 아닌, 자전거에 가고있다고 생각하나봅니다. 좋은 자전거를 타는건 저런 마음이구나.
평일 지하철에 4명의 할아버지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탑니다. 지하철에는 평일에 자전거를 싣지 못함에 불구하고 할아버지들은 당당하게 장애인 자리를 차지하고 떠듭니다. 제일 비싸보이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가 제일 말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안쓰고 이야기하는데, 하마터면 조용히해달라 이야기할뻔했습니다.



천만원 정도하는 자전거입니다. 딱봐도 고급져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이렇게 생긴 자전거를 많이 타고다닙니다. 물론 1000만원까지는 안가지만 300만원이 넘는 자전거도 많이 타고다닙니다. 그들 사이에도 비싼 자전거를 타는 친구가 제일 대접받습니다. 어른들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나요?
저도 한때는 자전거에 대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선배따라 700만원대 자전거를 알아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선수도 아니고 동호회 활동도 안하는데 왜 굳이?
결국 모든게 눈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하기 전에 장비부터 삽니다. 실력은 아마추어인데 장비는 눈치때매 프로를 사야하나?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출퇴근과 근거리용으로 가장 실용적인것을 사자. 부서져도 아깝지 않은것, 무엇보다도 도난걱정 없는 것으로 사자. 그래서 저는

이걸로 샀습니다. 제가 나중에 자전거에 진심 욕심날때 좀 더 좋은걸 사려고요. 1년 넘게 클래식자전거를 타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습니다. 기어가 있어 산에만 안올라가면 웬만한 오르막길에서 불편함이 없습니다. 1000만원짜리 자전거보다 분명 잘나가진 않지만, 그 부족함은 제 허벅지 근육으로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자전거는 비싼 자전거가 아니라 나의 스타일에 맞고 도난 걱정 없고 사고나도 아깝지 않은 자전거같습니다. 자전거가 잘나가지 않는다면 허벅지에 더 투자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지극히 저의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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