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는 치솟고, 어장은 텅 비고…“금어기 정책이 문제다”
제철 맞은 서해 주꾸미, 왜 보기 힘들어졌나.
시세 5만 원 시대…어민들 “잡을 주꾸미도 없고, 팔기도 어렵다”
“산란기 아닌 성장기 금어기, 개체수만 줄였다” 지자체·어민 반발
봄도다리, 봄쭈꾸미라는 말이 있다. 봄도다리에 대한 허상은 저번 편에서 이야기했고, 오늘은 봄쭈꾸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쭈꾸미는 봄에 알을 낳고 죽는 단년생 두족류이다. 4월부터 산란기인데, 이때 알배기 쭈꾸미를 별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물들이 그렇듯, 지금 알을 밴 쭈꾸미는 가장 맛없는 계절이다. 하지만 알배기 쭈꾸미가 별미라는 상술로 인해 매년 4월이면 수천 톤의 쭈꾸미가 알도 못낳고 죽으며 개체수가 급감했다.
2025년 4월, 봄이 찾아왔지만 전국 어시장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서해안 대표 어시장 중 하나인 인천 소래포구, 충남 서천, 보령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주꾸미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주꾸미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획량 절반 ‘뚝’…“수족관이 비어 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서해안 주요 공판장의 주꾸미 경매량은 전년 대비 약 45% 감소했다. 일부 경매장에서는 하루 입고량이 50kg도 되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소래포구 공판장 한 어민은 “하루 종일 조업해도 주꾸미 한 망도 못 건지는 날이 많다”며 “기름값도 못 건지는 상황에서 조업을 포기하는 배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세 5만 원 넘겨…“생물 주꾸미, 밥상에서 사라졌다”
어획량 급감에 따라 시세도 치솟았다.
2025년 4월 현재, 생물 주꾸미의 경매가는 1kg당 2만5천 원에서 3만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0% 이상 오른 수치다. 소매가는 더 비싸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국산 생물 주꾸미’가 1kg에 5만 원 이상 거래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식당에서도 생물 주꾸미 메뉴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도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며 외면하는 추세다.
어민들 “문제는 금어기”…정부 향한 항의 이어져
주꾸미 어획량 급감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어민들은 정부의 금어기 설정을 지목하고 있다.
어민들은 매년 "주꾸미 금어기(5월 16일~9월 20일)가 산란기 보호가 아닌 성장기 포획 제한에 치우쳐 있다"고 주장하며 금어기 조정을 해수부에 강력히 촉구해왔다. “서해안 주꾸미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알을 낳고 죽는 생애주기를 갖고 있는데, 정작 산란기는 금어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산란기 포획이 허용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쭈꾸미는 한번에 4~500개의 알을 낳는데, 20명이 타고 나가는 낚싯배들이 잡아오는 개체수는 한번에 1,000마리가 넘는다. 산술적으로 보면, 낚싯배 출항 한번에 5만 마리가 사라지는데, 4월에만 수천만 마리의 쭈꾸미가 산란도 못하고 죽는것이다. 4월에만 금어기만 되어도 가을에는 풍성한 쭈꾸미 수확이 가능해질 것이다.
낚싯배의 무분별한 남획도 주범
또 다른 문제는 레저 낚시 어선의 남획이다. 해수부의 2024년 낚시어선 조획량 조사에 따르면, 낚싯배를 통해 포획된 주꾸미 양은 1,729톤으로, 연근해 전체 어획량 2,200톤의 77%에 달한다. 이는 상업 조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취미 낚시로 포획된 물량이 어민 생계를 위협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자체 의견 반영한 금어기” 입장…현실과 괴리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주꾸미는 지역 정착성 어종이기 때문에 지자체 의견을 반영해 5월 16일부터 9월 20일까지 금어기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은 “지자체 요청도 금어기 시점을 놓고 갈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실제 산란기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제도는 효과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치어 방류만으론 부족…“포획 규제와 자원 관리 함께 가야”
각 지자체는 매년 수백만 마리의 주꾸미 치어를 방류하고 있지만, 낚싯배 남획과 부적절한 금어기 설정이 맞물려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방류된 치어가 성장해 자원으로 복귀하는 비율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부족하며, 자원 회복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지속가능한 주꾸미 어업을 위한 해법은?]
전문가들과 어민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은 아래와 같다:
1. 금어기 시점 조정: 실제 산란기를 반영한 금어기 설정 필요
2. 낚시어선 포획량 제한: 총량제 혹은 개체 수 제한 제도 도입
3. 어린 주꾸미 보호 캠페인: 성체 이전 개체의 유통·판매 규제 및 소비자 인식 개선
4. 지속적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방류 성과와 자원 회복 실태 데이터 기반 관리
결론: 주꾸미는 우리의 바다에서 지켜야 할 ‘자원’입니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산물 주꾸미. 봄철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먹거리’였지만, 지금은 돈 있어도 사 먹기 어려운 귀한 음식이 됐다. 주꾸미 자원 고갈은 특정 어민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 어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 신호다. 어민, 정부, 지자체, 소비자가 함께 나서야 ‘쭈꾸미의 계절’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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